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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다. 따랐다. 언니? 지경이다. 했어. 도대체정부와 교육계가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의대 총장들이 의대 본과 4학년이 추가로 의사국가시험(국시)를 치를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제공


'의대 광풍'(狂風)에 내몰린 수험생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소개한 KBS의 '다큐인사이트'는 충격이었다. 의대가 상위권 수험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변해버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로지 '엄마의 수고에 대한 확실한 도장'을 찍기 위해 영어 유치원에서부터 자신의 행복을 '갈아 넣고 있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현실은 놀라웠다.
멀쩡하게 입학한 대학을 중도에 스스로 포기하고 의대 진학을 위해 'N수'를 선택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입SK주식
학생 850명 중 매년 120명이 의대 진학을 위해 학업을 중단한다고 공대학장의 생생한 증언도 충격이다. 
실제로 의대 합격자 3058명의 55.9%가 'N수생'인 것이 현실이다. 의대 광풍으로 공학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첨단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과 산업 현장의 인력난과 인력 유출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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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왜곡된 입시에 시달리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진정한 고민은 애써 외면해 버린 것이 안타깝다. 특히 의대가 상위권 수험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변하게 된 이유를 오로지 수험생과 학부모의 이기심으로 단순화해 버린 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다. 의대 쏠림으로 붕괴되고 있는 중등·고등 교육에 대한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언론의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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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대에 미친 중국의 뜨거운 열기
사실 '다큐인사이트'의 주제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전쟁'이다. 두 나라의 학부모가 자식을 좋은 대학에 합격시키기 위해 치르고 있는 '전쟁'의 치열함은 상상을 넘어선다.
그야말로 자식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지릴게임다운로드
교'(孟母三遷之敎)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집안의 기둥을 뿌리째 뽑아서라도 기어이 최고 대학의 최고 학과에 합격시키고자 하는 각오와 열기가 뜨겁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중국의 수험생이 견뎌내고 있는 '전쟁'의 구체적인 내용은 완전히 딴판이다. 중국에서는 독보적인 '세계 1위'의 과학기술 패권 국가인 미국을 기어이 추격하고 싶다는 중국 단타로10억만들기
정부의 확고부동한 의지가 수험생과 학부모를 전쟁의 도가니로 밀어 넣고 있다. 
첨단 기술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고 미래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과기굴기'(科技崛起)의 출발선이 대학입시인 셈이다. 우리도 1970년대에 경험했던 일이다. 물론 중국의 거대한 인구 전술(人海戰術) 탓에 그 규모와 성과는 상상을 넘어선다.
죽(竹)의 장막으로 문을 닫아걸던 중국이 갑자기 '개혁개방'(改革開放)을 외치면서 미국으로 유학생을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 1979년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 가까이 지난 9월 말에서야 회색 인민복 차림으로 어색하게 나타나 강의실을 기웃거리던 중국 유학생의 생경했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중공'(中共)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던 시절의 일이었다.
그런 중국이 반세기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값싼 공산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는 전 세계의 기술 패권을 틀어쥐겠다는 야망에 들뜬 '과학기술의 메카'로 일취월장(日就月將)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공대에 미친 중국'의 변화는 놀라운 것이다. 우리 기술을 흉내 내고 따라잡는 것이 목표였던 중국이 이제는 거꾸로 우리 첨단 산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황당한 '동북공정'에 놀란 우리에게는 도무지 편치 않은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굴기는 최근에 공개된 '네이처 인덱스'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중국은 2023년에 이어 다시 국가별 종합 순위에서 당당하게 1위를 지켜냈다.
핵심 기초과학인 물리·화학·지구과학에서 미국을 비롯한 186개국을 앞섰고 생명과학·보건의학에서 어렵사리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은 어렵게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반(反) 과학기술 정책이 탓에 내년에는 중국의 상황이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다.
최상위 연구기관도 싹쓸이했다. 중국 과학원(CAS)이 2년 연속 1위에 올랐고 상위 10위권의 연구기관 중 8곳을 중국이 차지했다. 물론 연구기관의 규모를 철저하게 무시한 네이처 인덱스가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의 연구력이나 성과는 단순히 연구자가 발표하는 논문의 편수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놀라운 '굴기'가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섣불리 중국을 흉내 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규모'를 따라갈 수는 없다. 
정치·사회·경제의 체제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윤리 수준도 걱정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 정책이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우리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 의대 광풍에 차갑게 식어가는 공학 교육
우리 수험생들이 치르는 '전쟁'의 양상은 딴판이다. 중등학교 내신에서 요란하게 강조하는 '적성'과 '진로'를 고려한 '다양성'은 입시 현장에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모든 대학의 입시에서 의대가 상위 1%의 수험생을 빨아들이는 '1극 체제'로 변해버렸다. 내신·수능 성적이 뛰어난 수험생은 '공대 가기가 아까워서' 의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국민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사교육 시장이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고등학교 수학까지 선행 학습을 해주는 '초등 의대반'이 호황을 누리고 있고 대치동에서는 '의대 머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지능검사도 인기라고 한다.
물론 의대 진학은 온전하게 수험생과 학부모의 자유 선택이다. 어떤 이유에서도 의대 진학을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를 탓할 이유는 없다. 모든 수험생이 국가 발전을 위해 공대에 우선적으로 진학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안정적인 직업을 원한다는 이유로 의대를 선택하는 것이 윤리‧도덕적으로 잘못된 것도 아니다.
“상위권의 이과 학생들이 모두 의대로 몰려가면 사회적으로 절실하게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 인재 양성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과도한 의대 쏠림을 걱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걱정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이들이 “안정성만 추구하고 불확실하고 도전적인 혁신을 외면한다”는 우려도 있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인적 자원 정책에 실패한 정부와 상위권 수험생의 확보 경쟁에서 의대에 밀려난 공대의 절망적인 푸념일 수도 있다.
의대 진학이 혁신을 포기하고 안정성만 추구하는 안이한 선택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의학도 미래의 보건·의료 환경을 위해 도전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핵심 과학기술 분야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감염병에 대응하는 기술도 개발해야 하고 암·치매·당뇨 등의 난치병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환자를 살려내야 하는 의사의 업무도 신기술의 개발만큼이나 도전적이고 불확실한 것이다.
의대 쏠림을 한꺼번에 기적적으로 해결하는 묘책은 비현실적인 욕심이다. IMF 이후 급격하게 진행되기 시작한 의대 쏠림의 원인은 지극히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대 출신의 보수를 의사 수준으로 올려주는 것으로 해결되는 일이 절대 아니다. 자칫하면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까지 태워버릴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공교육 살리기'가 과도한 의대 광풍을 잠재우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교육 현장을 초토화하고 있는 '고교학점제'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낯선 남의 나라 교육 제도를 무분별하게 들여와서 우리 교육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변질된 '수학능력시험'과 '수행평가', 그리고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방황의 자유'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학생부'와 '내신'의 부작용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여준다는 알량한 핑계로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해 버린 부실한 '교육과정'도 확실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교사의 '교권'도 바로 세워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황당한 포퓰리즘적 교육 정책이 의대 쏠림을 부추기는 가장 심각한 요인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필자 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 교육, 에너지, 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 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3200여 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질병의 연금술》《지금 과학》을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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